여보게, 이 사람아!
어차피 한세상 살다가
흙으로 돌아갈 인생인데…
빈손으로 돌아갈 인생인데…
화는 왜 내고
싸움은 왜 하는가?
인생의 봄은 불행했지만
가족과 노후만을 생각하며
인생의 여름을 보냈는데
나는 죽지 않을 줄 알았는데
어느새 내 인생도 가을이 왔네.
이제 몸은 세월을 못 속이지만
자식들의 성공한 모습을
가슴 벅찬 맘으로
뿌듯하게 바라보며 살고
자식들이 부모 없어도
아쉬울 것 없을 때까지
부부가 건강하게 장수하며
그래도 행복했다는
마지막 말을 남기고
화안한 미소로 두 눈을 감고 싶다.
김병연 / 시인 · 수필가